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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2010년 경제전망의 허와 실
[새로운 시선] 2010년 한국경제 전망지표 읽기
2009 / 09 / 26 김병권 원문보기 :
2010년 한국경제 전망지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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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 이르게 쏟아지는 2010년 경제전망

한국경제가 조기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갖 낙관적 수치들로 가득 찬 내년 경제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 빨라야 11월에 발표되었고 지난해에도 10월에 발표되었음을 떠올리면 아직 3분기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전망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지난 9월 8일 국책 연구기관인 KDI가 발표를 시작하더니 현대경제연구원(14일), 삼성경제연구소(16일), 엘지경제연구원(23일)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2010년 경제성장률과 수출, 내수, 고용지표들을 내놓았다(KDI, / 현대경제연구원, <2009년 국내 경제특징과 2010년 전망> / 삼성경제연구소, <2010년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 / 엘지경제연구원, <2010년 국내외 경제전망>).

물론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 국면으로 갈 것인지를 전망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경제가 다시 성장한다는 것은 직장이 안정되고 임금과 소득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고,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가치도 다시 올라갈 것이며 반대로 이자 부담 등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경제전망 예측 발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관들의 2010년 전망을 먼저 요약하면 이렇다. 대략 올해는 -1.5~-0.5퍼센트 내외의 미세한 역성장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4퍼센트 전후의 성장 회복이 예견된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이는 선진국 기준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주로 비교대상이 되어왔던 아시아 신흥국(대만, 홍콩, 싱가포르)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IMF가 2009년 7월 추정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 신흥국들은 한국을 포함해서 올해는 -5.2퍼센트, 2010년에는 +1.4퍼센트를 예상하고 있었다. 또한 2008년에 불과 +2.2퍼센트 성장을 했고 올해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던 2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로는 -2.2퍼센트(전분기대비로는 2.6퍼센트)였던 것을 감안해도 내년 전망치 4퍼센트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 재정을 풀어 빠른 회복세를 이끌어냈다고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무엇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

2. 기저효과로 내년 4퍼센트? 그러면 그 다음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전에 비해 상당히 해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미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예측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불확실한 환경들로 가득 차있다. 따라서 각 기관에서 쏟아내는 전망치들이 나름대로 일정하게 근거와 논리가 있겠지만 각자 세워둔 무수한 가정에 기초하여 주관적으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미 어지럽게 발표된 전망에 추가적인 전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몇 가지 중요한 대목만을 집중적으로 짚어보자.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은 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는 2010년 4퍼센트 내외의 성장은 국민 생활 입장에서 볼 때 예년의 4퍼센트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올해가 역성장을 했으므로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에 상당한 수자의 성장을 하더라도 실상 국민들에게 체감되는 것은 2008년 수준을 약간 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률의 기준점 자체가 낮은 이른바 ‘기저효과’ 때문에 큰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에 -15퍼센트 정도 수출이 감소할 것이므로 만일 2010년 수출이 +15퍼센트 성장을 한다 하더라도 2008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둘째로는, 내년에 4퍼센트 내외의 성장을 한다는 것이 곧 2011년부터 4퍼센트 이상의 성장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부터는 경제위기 이전과 동일한 성장 환경과 성장 동력이 다시 작동을 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과 대체 성장 동력이 준비되어야한다. 그러나 이 부분은 현재 각 기관에서 거의 언급이 없다.

이미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고정부규제”라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에 의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해 향후에는 이전과 다른 성장 패턴이 도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한국경제> 2009.8.20).

또한 IMF는 지난 40년간 발생한 88건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최소한 7년간 낮은 고용과 투자, 낮은 생산성이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기간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IMF, "Financial Crises Tend to Have Long Impact on the Economy", 2009.9.22).

특히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자본시장에서 규제완화 기술발전, 유동화 혁신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민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채권과 주식이 더 이상 동력이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번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자산 가치가 2008년 16조 달러가 사라졌고,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에서만 28조 달러가 사라졌는데 올해 주가가 반등하며 7월까지 일부 회복되었지만 4조 60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Mckinsey Global Institute,”Global Capital Markets: Entering a new era", 2009.9). 앞으로는 금융 산업이 선두에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지금까지의 모델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3. 최상의 시나리오만 전망하고 말 것인가

이처럼 정부를 포함해서 각 기관들이 앞으로 전개될 질적인 성장 양상의 변화에 주목하기보다는 양적인 성장 수치를 주관적으로 추정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양적인 성장 전망 수자조차 ‘추정’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무작정 신뢰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

우선 기관들 예측대로 내년에 4퍼센트 내외의 성장을 하려면 필수적인 전제가 필요하다. 수출이 적어도 두 자리 수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민간소비도 거의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반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2008년 9월까지 20퍼센트의 고속성장을 했던 수출은 올해 접어들면서 7월까지 무려 -2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8월 들어서 다소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각 연구기관들은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소비 수요 회복이 시작되었고, 이미 계약한 선박 수출 물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내년에 실적으로 잡힐 것이며(삼성경제연구소), LCD 등에서의 중국 수출 급성장 추세가 내년에도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이어질 것(엘지경제연구원)이라는 가정 아래 2010년 두 자리 수의 수출 증가율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10~15퍼센트 수준의 수출 증가가 이루어 진다해도 이는 올해 수출 감소 예상치(약 -15퍼센트)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저효과의 영향이 강하다. 따라서 과거 수준으로의 복귀를 의미할 뿐이다. 이 조차도 지금의 기대대로 세계경제가 순조롭게 회복되고 환율 하락도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이 전제는 결코 확고부동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더욱 커진 중국 수출 의존도로 중국의 내수 부양정책 방향이나 점증하는 중국의 자산버블 위험 정도에 의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부채에 의한 과잉소비체제와 과잉소비에 대응한 과잉생산체제의 조정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단지 재고조정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여 과잉생산체제가 미칠 영향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음으로 민간소비 역시 경제성장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3.5~4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더구나 2000년대 이후 수출위주 성장이 더욱 심화되면서 늘 민간 소비가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던 과거의 추세를 깰 수 있는 획기적인 내수확장 정책이 있기는 한 것인가.

올해와 같은 소비세 인하 등의 방법으로 정부가 내년 자동차 판매 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없다면, 국민의 소득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전망이 보이고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 등이 줄어들며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우려되는 금융자산과 부동산 거품 가능성을 논외로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소비지출의 원동력이 되는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등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일단 기관들은 올해 취업자 증가수를 -10만 명 정도로 가정하며 내년 일자리가 15~20만 개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만족스럽진 않다 해도 가장 반가운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내년에 소득세 수입을 계산하면서 명목 임금상승율을 5퍼센트로 잡기도 했다(기획재정부, “2010년 국세 세입예산안”, 2009.9.23). 올해 삭감된 것을 감안하면 지난 수년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업들이 순순히 수용할지조차 의문이지만 역시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그런데 고용분야 전망은 더 신빙성이 의심된다. 일단 올해에 정부가 희망근로 같은 방식으로 직접 고용한 일자리가 40만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년에는 1/3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지원 아래 민간 기업들이 바통을 이어 30만 명을 신규 채용해도 올해 수준에 그치므로 여기에 추가로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모두 합쳐 45만개 이상의 민간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디에서 가능할까? 건설업은 전혀 고용효과가 없다는 것이 올해 입증되었으므로 기대하기 어렵고, 수년째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자영업은 감소가 멈추면 다행이다. 또 제조업에서는 올해 10만 명 이상 감소할 일자리가 다시 2008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10만 명 정도가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 기조로 볼 때 고용효과가 없는 수출 제조업과 토목건설이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왔고 당분간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대체 어디서 4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종합해 볼 때 각 기관들의 낙관적인 2010년 경제전망은 현재 조건에서 “환율이 부드럽게 연착륙”하고 “유가는 서서히 상승”하며, “금리 인상은 갑작스런 부담 없이 진행”되고 “물가도 미미한 수준의 상승”에 그칠 것이며, “경제 성장에 비례하여 민간소비가 증가하고 당연히 고용도 늘어날 것”이라는,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지 ‘평균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가능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반적으로 금리인상을 필두로 한 정부의 출구전략 구사 전후의 예상 충격과 파장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출구전략 시점과 수준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아마도 각국 정부가 큰 부작용 없이 출구전략을 완전하게 구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4. 구조전환의 기회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사실은 - 앞서도 질적인 성장양상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 새로운 구조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기관들도 충분한 고려를 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설사 경제지표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경제구조와 국민생활의 양상은 결코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도가 가뜩이나 심각한 소득 양극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를 돌이켜 보면, IMF 부채는 수년 안에 모두 갚았지만 국민생활은 노동유연화와 비정규직화 등으로 인해 결코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극심한 구조변동을 겪은 것이다.

이미 새사연은 향후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구조 변동 가능성에 대해 이미 몇 차례 진단을 한 바가 있다(<한국노동시장 2차 구조변동의 4대 징후 >, 2009.9.16).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 충격에 약한 한국경제구조는 완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심화되고 있다. 실물에서는 수출 의존도가 중국으로 이전되어가고 있고, 자본시장 등에서의 금융의존도는 미국과의 동조화가 전혀 줄지 않고 있으며, 비 국제결재통화 국가의 원죄로부터 유래된 환율과 외환시장에 대한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어떤 긍정적인 신호도 없다. 외환보유고가 다시 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 뿐이다.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경제의 구조적 안정성과 고용 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전환의 가능성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경기전망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이나 반복적인 비관론 모두가 아니다. 상황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질적인 변화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 아래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고용 흡수력도 적은 경제구조를 전환시킬 준비가 절실하다. 이는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 낡은 버전의 신자유주의적 ‘기업 구조조정’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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